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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2026-10-30
‘국민 아버지’ 최불암 별세…’수사반장’·’전원일기’ 남기고 87세로 영면

배우 최불암(본명 최영한)이 29일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87세. 반세기 넘게 안방의 ‘아버지’로 사랑받은 그는 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 왔다.

고인의 건강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 이후다. 수술 뒤 걷기가 힘들어지자 2011년부터 14년 동안 맡아 온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진행자 자리를 내려놓았고, 재활을 이어 갔지만 최근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고 유족은 전했다.

인천 출신으로 1939년생인 그는 서울 중앙고를 거쳐 서라벌예대와 한양대에서 연극영화를 공부했다. 연기 인생의 출발점은 1959년 극단 ‘실험극회’ 무대에 올린 ‘햄릿’이었다. 1967년에는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6기 탤런트에 이름을 올리며 TV 드라마로 활동 영역을 옮겼다.

(사진=연합뉴스)

대중의 기억에 새겨진 얼굴은 MBC의 두 장수 드라마에서 나왔다. 한국 수사 드라마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수사반장'(1971∼1984, 1985∼1989)에서는 박영한 반장을,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이어진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을 연기했다. ‘전원일기’에서 오랜 세월 부부로 호흡을 맞춘 김혜자와의 연기는 두 사람이 실제 부부인 줄 아는 시청자가 적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웠다. 40대 시절에는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 80대 이승만 전 대통령 역을 맡기도 했다.

1992년에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로 그가 창당한 통일국민당 전국구 의원이 되며 제14대 국회에 들어갔다. 제15대 총선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자 1996년 ‘전원일기’로 돌아와 다시 연기에 전념했다.

‘파하∼’ 하는 너털웃음은 그의 상징이었고, 1990년대에는 그의 이름을 딴 유머 ‘최불암 시리즈’가 크게 유행했다. 올해 5월 MBC가 그의 60여년 연기 인생을 되짚는 2부작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를 선보였으나, 재활에 집중하길 바라는 가족의 뜻에 따라 고인은 직접 출연하지 않았다.

수상 이력으로는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1974·1978)과 대종상영화제 남우주연상(1979)이 있으며, 국민훈장 목련장(1998)과 은관문화훈장(2014)도 받았다. ‘수사반장’으로 경찰에 대한 인식을 끌어올린 공을 인정받아 1972년 명예경찰이 됐고, 2024년에는 민간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을 맡았다.

고인을 기리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깊은 애도의 뜻을 밝히며, 사회의 그늘진 곳과 어려운 이웃을 살피려 했던 고인의 뜻을 마음에 새기겠다고 했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SNS에서 지난 6월 병실을 찾았을 때 고인이 특유의 웃음으로 반기며 퇴원 뒤 술자리를 기약했던 기억을 꺼냈다. 고인에게서 ‘한국인의 밥상’ 진행 바통을 넘겨받은 배우 최수종은 인스타그램에 그의 큰 그늘 아래서 웃고 울 수 있었던 시간에 감사한다고 적었다.

장례는 고인이 전국후원회장으로 몸담았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재단장으로 치러지며, 장례위원장은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맡는다.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서는 30일 오전 10시부터 일반 조문을 받는다. 유족은 1970년 부부의 연을 맺은 배우 김민자 씨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다.

김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