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라이프2026-09-16
[건강 SOS] 연휴에 약 떨어지면 어쩌지?…추석 전 혈압·당뇨 ‘복용약’부터 점검하세요
  • 추석 전 약봉투부터 확인…고혈압·당뇨병은 ‘치료 공백’ 막는 게 먼저
  • 많이 먹었다고 약 늘리고 식사 거른다고 건너뛴다?…임의 투약 조절은 금물
  • 연휴 중 경증은 문 여는 병·의원부터…E-Gen·129 확인하고 응급상황은 119
추석을 앞둔 만성질환자에게는 음식 조절만큼 ‘연휴 동안 먹을 약이 충분한지’ 먼저 확인하는 준비가 중요하다. (이미지=AI로 생성)

추석을 앞둔 고혈압 환자에게는 “전이나 국은 짜게 먹지 말라”는 조언이, 당뇨병 환자에게는 “송편이나 한과를 많이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모두 필요한 주의사항이지만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약봉투를 열어 연휴 마지막 날까지 먹을 약이 남아 있는지 세어보는 것이다.

올해 추석은 25일이다. 고향 방문이나 여행으로 며칠 집을 비운다면 평소 다니던 병·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출발한 뒤에야 약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거나, 약을 집에 두고 왔다면 평소 유지하던 치료에도 빈틈이 생긴다. 식사와 취침 시간이 달라지면서 복약 시간을 놓치거나 혈압·혈당 측정을 건너뛰기도 쉽다.

때마침 17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세계 환자안전의 날(World Patient Safety Day)’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 주제는 ‘비감염성질환의 안전한 관리(Safe care for noncommunicable diseases)’, 슬로건은 ‘Safe care for life!’다.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암, 만성호흡기질환처럼 오랜 기간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에서는 병원에서 치료받는 순간뿐 아니라 약물 복용과 검사, 자가관리 등 일상생활 전체에서 안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WHO는 특히 비감염성질환 환자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의료체계를 이용하는 만큼 약물 오류나 치료의 단절 등 여러 단계에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명절 건강관리는 며칠 덜 먹고 더 움직이는 문제만은 아니다. 평소 이어오던 치료의 리듬을 연휴에도 끊지 않는 것. 올해 추석 준비는 냉장고나 여행가방보다 약봉투를 먼저 들여다보는 데서 시작할 필요가 있다.

며칠 안 먹는다고 뭔 일 있을까…만성질환은 ‘치료 공백’이 문제

고혈압과 당뇨병은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도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면 관리 공백이 생길 수 있다. (이미지=AI로 생성)

혈압약을 꾸준히 먹어 수치가 안정적으로 나오면 “이 정도면 하루 이틀 안 먹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고혈압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고혈압을 제대로 조절하지 않으면 심장과 뇌, 콩팥 등 주요 장기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한다. 관리의 핵심으로도 꾸준한 치료와 정기적인 진료를 꼽는다. 현재 혈압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약을 줄이거나 중단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당뇨병은 연휴 생활패턴 변화의 영향을 더 복잡하게 받을 수 있다. 명절 음식을 평소보다 많이 먹을 수도 있지만 귀성길 정체나 늦잠 때문에 끼니가 늦어지거나 아예 거르는 경우도 있다. 술을 마시거나 활동량과 수면시간이 평소와 달라지는 상황도 겹친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약물요법과 식사요법에서 규칙적인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규칙한 식사는 혈당 조절을 어렵게 하고 사용하는 약에 따라 저혈당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규칙적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것 역시 치료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다.

WHO가 올해 세계 환자안전의 날에서 강조하는 것도 이런 ‘연속성’이다. 비감염성질환의 안전 문제는 진단이나 병원 치료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장기 치료와 집에서의 자가관리, 의료기관을 옮기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WHO는 여행이나 집을 떠날 때도 증상과 검사 결과, 복용약, 진료 일정을 정확하게 기록해 두라고 권고한다.

연휴의 ‘치료 공백’은 약이 떨어지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약 복용부터 식사, 혈압·혈당 측정, 정기 진료까지 평소 이어지던 관리가 한꺼번에 흐트러지는 상황을 함께 경계해야 한다.

지금 약봉투부터 세어보자…추석 전 확인할 5가지

연휴 전에는 처방약뿐 아니라 복용약 목록, 혈압계·혈당측정기, 소모품까지 함께 챙겨야 한다. (이미지=AI로 생성)

가장 먼저 할 일은 단순하다. 귀가 예정일까지 필요한 약의 개수를 직접 세어보는 것이다. 하루 한 번 먹는 약인지, 아침·저녁으로 나눠 먹는 약인지 확인해 필요한 수량을 계산한다. 연휴 중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면 평소 이용하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문을 열 때 미리 상담하는 것이 좋다. 여행 기간이 연휴보다 길다면 귀가 날짜까지 포함해야 한다.

두 번째는 복용 중인 약의 정보를 정리하는 것이다. 여러 질환으로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다면 이름과 용량을 모두 기억하기 어렵다. 약봉투나 처방전, 복약안내문을 챙기거나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두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새로운 의료기관을 찾게 됐을 때 자신이 어떤 약을 먹고 있는지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WHO 역시 비감염성질환 환자에게 복용약과 검사 결과 등을 정확히 기록하고 이동할 때도 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을 권한다.

세 번째는 자신의 주요 질환과 알레르기 정보를 함께 챙기는 것이다. 고혈압·당뇨병 등 치료 중인 질환과 약물 알레르기 여부, 평소 이용하는 의료기관 연락처 정도를 휴대전화에 저장해 놓으면 낯선 지역에서 진료받게 됐을 때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혈압계와 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기계만 챙기지 말고 필요한 소모품까지 확인하는 것이다. 혈당시험지와 채혈침 등이 부족하지 않은지 살펴본다. 연속혈당측정기나 다른 의료기기를 사용한다면 여행 기간 동안 필요한 소모품과 작동 상태도 미리 확인한다.

마지막으로 인슐린이나 주사제를 사용하는 경우 보관방법을 확인해야 한다. 의약품마다 개봉 전후의 보관 조건이 다를 수 있어 ‘주사제는 모두 몇 도에 보관하면 된다’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장거리 이동을 앞두고 있다면 해당 제품 설명서와 기존 복약지도를 다시 확인하고 불분명할 경우 약사나 의료진에게 문의하는 것이 안전하다.

*추석 전 ‘내 약’ 체크리스트

  • 귀가 예정일까지 먹을 처방약이 충분한가       
  • 처방전·약봉투·복약안내문이나 약 사진이 있는가         
  • 주요 기저질환과 약물 알레르기 정보를 정리했나
  • 혈압계·혈당측정기와 필요한 소모품을 챙겼나  
  • 인슐린·주사제 등 별도 보관이 필요한 약의 보관법을 확인했나

많이 먹었으니 약도 더?…식사 따라 마음대로 바꾸면 안 되는 이유

명절 음식 섭취량이 달라졌다고 복용약을 임의로 늘리거나 줄이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이미지=AI로 생성)

명절상 앞에서는 또 다른 실수가 생길 수 있다.

“오늘 송편과 전을 많이 먹었으니 당뇨약도 평소보다 더 먹어야 하는 것 아닐까.”

반대로 식사를 거의 하지 못했을 때는 “밥을 적게 먹었으니 약도 건너뛰자”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음식의 양만 보고 처방약 용량을 임의로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당뇨병 약은 종류마다 작용 방식과 식사와의 관계가 다르다.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 가운데는 의료진에게 교육받은 탄수화물 계산이나 교정용량에 따라 용량을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다른 환자가 이를 그대로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 미리 처방·교육된 조절법이 없다면 명절 식사량을 근거로 스스로 용량을 바꾸기보다 기존 지침을 따르고 필요하면 의료진이나 약사에게 확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복용시간을 놓쳤을 때도 마찬가지다. 대한당뇨병학회는 일반적인 경구 혈당강하제 복약 안내에서 약 복용을 잊었다면 생각난 즉시 복용하되 다음 복용시간이 가까우면 빠뜨린 회차를 생략하고 한 번에 2회분을 복용하지 말 것을 안내하고 있다.

다만 이 원칙을 모든 의약품에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복용 간격이나 약의 종류에 따라 대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슐린이나 여러 약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는 처방 때 안내받은 ‘복용을 놓쳤을 때의 대처법’을 우선해야 한다.

혈압약도 마찬가지다. 아침 혈압이 정상으로 나왔다고 그날 약을 건너뛰거나, 명절 음식을 짜게 먹었다는 이유로 스스로 복용량을 늘리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 질병관리청은 고혈압 관리에서 꾸준한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혈압 수치에 따라 약을 바꿀 필요가 있다면 한두 번의 측정 결과만으로 판단하기보다 기록을 가지고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결국 명절에는 ‘많이 먹었으니 약도 많이, 적게 먹었으니 약도 적게’라는 단순 계산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관리는 자신의 치료법을 정확히 알고 지키는 것이지, 상황에 따라 임의로 처방을 바꾸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연휴에 아프다면 응급실부터?…증상에 맞는 의료기관 찾기

연휴 중 가벼운 증상이라면 응급실보다 문 여는 병·의원과 약국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미지=AI로 생성)

미리 준비했는데도 연휴 중 몸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이때도 무조건 대형병원 응급실부터 찾을 필요는 없다. 응급의료포털 E-Gen은 명절 연휴 경증 증상이 있을 경우 가급적 응급실 대신 가까운 문 여는 병·의원을 먼저 이용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문을 여는 병·의원과 약국은 응급의료포털 E-Gen과 응급의료정보제공 앱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Gen은 기존 명절 안내에서도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와 119 등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다만 연휴 운영시간은 의료기관마다 다르고 당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검색 결과만 믿고 이동하기보다는 방문 전에 해당 의료기관이나 약국에 전화해 실제 진료·운영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좋다.

전화번호의 역할도 구분해 알아두면 덜 당황한다. 129 보건복지상담센터에서는 보건·복지 관련 상담과 의료기관 이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연휴 문 여는 의료기관 정보는 E-Gen 등을 통해 제공된다. 반면 119는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이용하는 번호다. E-Gen 역시 응급상황이 발생한 경우 119에 즉시 신고해 응급진료를 받도록 안내한다.

의식이 떨어지는 등 명백한 응급상황이라면 가까운 의원을 검색하며 시간을 보내기보다 119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반대로 비교적 가벼운 증상이라면 문 여는 동네 병·의원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불필요한 응급실 집중을 줄이고 필요한 진료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연휴 동안 필요한 약을 미리 확인하고, 식사량이 달라졌다고 스스로 복용량을 바꾸지 않는 것. 혈압과 혈당을 평소처럼 확인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어디에서 진료받을지 알아두는 것까지가 만성질환자에게는 명절 준비다.

올해 추석 준비 목록에는 장보기와 선물, 귀성길 준비만큼 ‘내가 매일 먹는 약’​도 한 줄 넣어둘 필요가 있다.

황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