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론시장에서도 ‘악화가 양화 구축’…조사기관·언론의 책임
한국갤럽이 20일 공개한 데일리 오피니언 527호(23년 1월 3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36%, 부정평가 55%로 나타났다. 지난 주에 비해 긍정평가는 1%포인트 상승했고, 부정평가는 2%포인트 줄어 들었다.
1~2% 포인트의 지지율 변화를 보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국갤럽의 이번 주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이유에 대해 '외교'라는 응답이 17%로 가장 많았으며, 동시에 부정평가 이유 또한 '외교' 때문이란 응답 비율이 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한국갤럽은 "대통령 직무 평가 수치상 변화는 미미한 가운데, 이번 주 긍·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선 '외교'가 최상위를 차지해 이번 UAE·스위스 순방 관련 상반된 시각이 엿보였다"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언론에선 한국갤럽의 해석을 '아무 생각없이 고스란히' 받아 기사화했다. 연합뉴스TV는 ‘한국갤럽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36%… 긍정 부정 이유 모두 외교”’,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잘한 것도 외교, 못한 것도 외교”…한국갤럽 여론조사’라고 제목을 뽑았다.
한국갤럽이나 언론 모두 '안일하고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부정 평가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이번이 처음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갤럽은 기존 사안과 이번 UAE·스위스 순방에 대한 평가의 상대적 차이점이 무엇인지 비교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저 “상반된 시각이 엿보였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언론 또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자들이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곱씹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평가 이유에 대한 합리적이거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그냥 말하기 좋거나 당장 생각나는 이유를 들어 사안들을 긍정 또는 부정의 시각으로 안일하게 바라볼 뿐이다.
한국갤럽이 매년 조사 발표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와도 유사하다.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이나 '최근 언론에서 가장 자주 다루었던 것'을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 ‘소나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이외수’,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 ‘손흥민’ 등이 그렇다.
사람들의 가장 잘 알고 있고 대답하기 수월한 것은 ‘인지도’에 가깝다. 인지도는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서 ‘선호도’와 연관성이 높지만 명백히 구별해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물을 땐 가장 싫어하는 것도 동시에 물어봐야 한다. 극과 극이 서로 통하는 것처럼 가장 좋아하는 것 1위는 가장 싫어하는 것에서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부정 평가 최우선 순위가 둘 다 ‘외교’ 때문이라는 게 틀린 건 아니다. 조사결과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아무런 의미없는 해석'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갤럽의 다음 주 조사결과에서는 윤 대통령 평가 이유로 ‘외교’가 사라지거나 후순위로 빠지지 않을까요.
대통령 직무수행의 긍정 또는 부정 평가 이유로 ‘외교’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던 응답자들은 조용필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기 보다는,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에 가까워 보인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조사기관은 우린 열심히 조사해서 '무료'로 제공할 뿐이라는 걸까? 그리고 언론은 여론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보다는 조사기관이 제공하는 수치를 주는 대로 받아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일까?
여론조사와 언론보도의 퀄리티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우리 사회의 여론형성 메커니즘으로 인해 여론 시장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