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보도

이슈2023-02-15
ChatGPT에게 ‘여론조사 분석기사’ 작성하라고 했더니?  

ChatGPT(대화형 인공지능 챗봇)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에서의 활용 방안과 함께 한계점 및 오남용 사례가 소개되고 있더군요. 여론조사 보도 분야라고 예외가 아니겠죠. 조만간 조사결과 수치 혹은 테이블을 제공하면 웬만한 여론조사 보도기사 작성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사 작성은 201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증권 뉴스를 비롯해 스포츠, 날씨 분야로 확장되었고, 뉴스 전문방송사에선 AI 앵커가 개발된 경우도 있더군요. 단순 수치 자료에 기반해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하는 건 기본이고, 새로운 기사거리를 발굴 제공하기도 한답니다.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 힘든 인간의 경쟁력 영역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겠죠. 가령, 스트레이트 대신 박스형 심층 분석에 집중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널리즘이 AI로 대체될 가능성 높은 여러 직업군 중 하나라는 사실이 실제로 확인될 수밖에 없겠죠.  

챗GPT 시대엔 어떤 여론조사 보도가 가능할까요. 시사적인 관심 주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수치)를 수집 분석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신 챗GPT 버전에선 2022년 자료 학습이 끝났다고 하지만, 현재는 2021년 데이터까지만 반영된다고 합니다. 여론조사 보도가 그나마 위안 삼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요.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재명 대표 수사, 튀르키예 지진 참사, 인플레이션, 코로나19 등을 다루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모아서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면 챗GPT가 넘볼 수 없는 차별화된 보도가 가능하겠죠. 이와 관련해선 미국의 비영리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를 참고할 수 있겠습니다. 

아래 인용 기사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 추세를 비교하라’는 질문에 대한 챗GPT 응답 결과입니다.

“2023년 2월 현재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추세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갤럽이 2023년 1월에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42%로 측정되어 국내 정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국민의힘은 29%로 측정되어 있습니다.

이전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더불어민주당은 일정 수준의 유지 또는 약간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조금씩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의 정책 논쟁이나 지도부 인사의 후보 선출 과정 등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으며, 정치적 상황과 다양한 사회적 요인에 따라 변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모니터링해야 정확한 추세를 알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객관적인 데이터부터 문제가 있습니다. 1월 이후 5회에 걸쳐 발표한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를 실제로 확인해 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3~37%, 민주당은 31~34% 사이를 오르내렸습니다.  그런데 챗GPT가 쓴 기사를 보면 가짜뉴스와 최근 이슈를 뒤섞어 두루뭉술한 결론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있음을 알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기자의 차별화된 경쟁력마저 무용해질 가능성이 얼마 남지 않은 걸로 보입니다. 창의적인 통찰력으로 저널리즘 본질에 다가가는 대신 지금처럼 온라인 조회 수 증대를 위한 스트레이트성 감각적 기사 작성에 몰두한다면 말입니다.  

신창운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UAE 대통령의 회담
여론2023-01-20
여론시장에서도 ‘악화가 양화 구축’…조사기관·언론의 책임

한국갤럽이 20일 공개한 데일리 오피니언 527호(23년 1월 3주)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36%, 부정평가 55%로 나타났다.  지난 주에 비해 긍정평가는 1%포인트 상승했고, 부정평가는 2%포인트 줄어 들었다.

1~2% 포인트의 지지율 변화를 보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에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한국갤럽의 이번 주 조사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평가 이유에 대해 '외교'라는 응답이 17%로 가장 많았으며, 동시에 부정평가 이유 또한 '외교' 때문이란 응답 비율이 1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UAE 대통령의 회담
윤석열 대통령과 무함마드 UAE 대통령의 회담

이러한 결과를 근거로 한국갤럽은 "대통령 직무 평가 수치상 변화는 미미한 가운데, 이번 주 긍·부정 평가 이유 양쪽에선 '외교'가 최상위를 차지해 이번 UAE·스위스 순방 관련 상반된 시각이 엿보였다"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언론에선 한국갤럽의 해석을 '아무 생각없이 고스란히'  받아 기사화했다. 연합뉴스TV는 ‘한국갤럽 “윤 대통령 국정 지지율 36%… 긍정 부정 이유 모두 외교”’,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 “잘한 것도 외교, 못한 것도 외교”…한국갤럽 여론조사’라고 제목을 뽑았다. 

한국갤럽이나 언론 모두 '안일하고 게으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부정 평가자들이 특정 사안에 대해 상반된 시각을 보여주는 조사결과가 이번이 처음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갤럽은 기존 사안과 이번 UAE·스위스 순방에 대한 평가의 상대적 차이점이 무엇인지 비교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다. 그저 “상반된 시각이 엿보였다”고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언론 또한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평가자들이 내세우는 이유에 대해 한 번이라도 곱씹어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려고 노력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평가 이유에 대한 합리적이거나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기 보다는 그냥 말하기 좋거나 당장 생각나는 이유를 들어 사안들을 긍정 또는 부정의 시각으로 안일하게 바라볼 뿐이다.

한국갤럽이 매년 조사 발표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와도 유사하다.  사람들은 '가장 좋아하는 것'에 대해 물어보면 '지금 당장 기억나는 것'이나 '최근 언론에서 가장 자주 다루었던 것'을 응답하는 경향이 있다. 

가장 좋아하는 나무 ‘소나무’,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 ‘이외수’,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 선수 ‘손흥민’ 등이 그렇다. 

사람들의 가장 잘 알고 있고 대답하기 수월한 것은 ‘인지도’에 가깝다. 인지도는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서 ‘선호도’와 연관성이 높지만 명백히 구별해야 한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가장 좋아하는 것을 물을 땐 가장 싫어하는 것도 동시에 물어봐야 한다. 극과 극이 서로 통하는 것처럼 가장 좋아하는 것 1위는 가장 싫어하는 것에서도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부정 평가 최우선 순위가 둘 다 ‘외교’ 때문이라는 게 틀린 건 아니다. 조사결과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까. 

그러나 필자가 보기엔 '아무런 의미없는 해석'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한국갤럽의 다음 주 조사결과에서는 윤 대통령 평가 이유로 ‘외교’가 사라지거나 후순위로 빠지지 않을까요. 

대통령 직무수행의 긍정 또는 부정 평가 이유로 ‘외교’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던 응답자들은 조용필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기 보다는,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에 가까워 보인다.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조사기관은 우린 열심히 조사해서 '무료'로 제공할 뿐이라는 걸까? 그리고 언론은 여론의 실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보다는 조사기관이 제공하는 수치를 주는 대로 받아쓰면 그만이라는 생각일까?

여론조사와 언론보도의 퀄리티에 대해 '나 몰라라 하는' 우리 사회의 여론형성 메커니즘으로 인해 여론 시장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신창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