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도

라이프2026-11-03
차 마시면 혈관 질환 위험 11%↓…’매우 뜨겁게’ 마시면 16%↑

차를 정기적으로 마시는 사람은 혈관 질환 위험이 낮았지만, 뜨거운 차를 즐겨 마시는 사람에게서는 오히려 위험이 높게 나타났다는 대규모 추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국 베이징협화의학원 예쯔천 연구팀은 중국 성인 48만5934명을 약 9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를 지난 10월 21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인터널 메디신(Journal of Internal Medicin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의 대규모 코호트인 ‘차이나 카두리 바이오뱅크’ 자료를 활용했다. 추적 기간 동안 1만4863명이 심혈관·뇌혈관 질환 등 혈관 질환을 새로 진단받았다.

(AI 생성 이미지)

분석 결과 정기적으로 차를 마시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혈관 질환 위험이 약 11% 낮았다. 주 1회 이상 차를 마시는 사람 중에서는 하루 6~8잔을 마시는 집단의 위험이 가장 낮았다. 홍차는 녹차보다 위험 감소와 더 일관되게 연관됐고, 농도는 중간 정도에서 위험이 가장 낮았다.

예외는 온도였다. 차를 ‘매우 뜨겁게(burning hot)’ 마신다고 답한 사람은 차를 정기적으로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혈관 질환 위험이 약 16% 높았다. 정기적인 차 섭취와 낮은 혈관 질환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이 집단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다만 높은 온도가 위험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이번 연구로 확인되지 않았다.

‘매우 뜨겁게’는 참가자가 직접 답한 주관적 표현이며, 실제로 온도를 잰 값도 아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찰랄람포스 랄리스 영국 퀸메리런던대 박사는 이 결과를 탐색적 결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뜨거운 음료의 위험성은 이전에도 지적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6년 6월 섭씨 65도를 넘는 매우 뜨거운 음료를 ‘인체 발암 추정 물질(2A군)’로 분류했다. 이 분류는 식도암에 대한 평가여서 혈관 질환과는 근거가 다르다.

하루 6~8잔이라는 수치도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 연구진은 이 수치를 권장 섭취량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외부 전문가들도 참가자마다 잔 크기가 표준화되지 않았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했다. 적정 섭취량을 둘러싼 기존 연구 결과도 엇갈린다. 2022년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뉴트리션(Frontiers in Nutrition)’에 실린 메타분석은 관찰 연구 35건을 분석해, 홍차를 하루 4~6잔 넘게 마시면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했다. 반면 2025년 학술지 ‘영양·대사·심혈관질환’에 실린 메타분석은 코호트 연구 14건, 95만8477명을 분석해 홍차를 많이 마실수록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고했다. ‘많이 마실수록 좋다’거나 ‘몇 잔이 적정하다’는 단순한 결론은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생활 습관과 함께 작용하는 효과도 확인됐다. 현재 담배를 피우지 않고 신체 활동이 활발한 차 음용자는 흡연하며 활동량이 적은 비음용자보다 혈관 질환 위험이 약 45% 낮았다. 연구팀은 차 섭취와 흡연 여부, 신체 활동이 함께 혈관 질환 위험과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의 한계도 분명하다. 관찰 연구인 만큼 차가 혈관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하지는 못한다. 차 섭취량은 연구 시작 시점에 한 번만 조사됐다. 랄리스 박사는 연구 모형이 식단과 소득 수준을 충분히 보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대상이 중국 성인이어서 차 종류와 마시는 습관이 다른 한국인에게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기온이 떨어지면서 따뜻한 차를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이번 연구는 차를 얼마나 마시느냐뿐 아니라 어떤 온도로 마시느냐도 혈관 건강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차를 식혀 마시는 습관이 실제로 혈관 질환을 예방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황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