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하위 20% ‘사는 집’ 가격 차 290배…자산 양극화 역대 최악
자산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가 소유하며 실제로 살고 있는 주택의 가격 차이가 290배를 넘어서며 2017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26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자산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자가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239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9.1% 떨어진 수치로, 현행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가장 낮다.
해당 통계는 조사 시점에 가구가 직접 소유하면서 실제로 거주하는 주택만 반영한다. 전세나 월세로 사는 가구는 물론, 집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 집에 살지 않으면 가격이 0원으로 처리된다. 여러 채를 가진 가구 역시 현재 거주 중인 주택 한 채의 가격만 포함된다.
1분위의 평균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은 자기 집에 사는 가구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1분위 가운데 거주 주택을 보유한 가구의 비율은 6.6%로 전년 대비 0.8%포인트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반면 자산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거주 주택 평균 가격은 6억9천341만원으로 1년 새 7.7% 상승했다. 2017년 이후 2022년의 7억4천635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5분위의 거주 주택 보유율은 82.5%로 전년보다 1.2%포인트 낮아졌으나, 주택 가격 자체가 오르면서 평균값을 끌어올렸다. 5분위 보유 가구의 거주 주택 가격 중앙값도 7억2천만원으로 2.9% 올랐다.
하위 계층의 집값은 내리고 상위 계층의 집값은 오르면서 두 집단 간 배율은 290.1배로 확대됐다. 이 배율은 2017~2018년 146배 수준에서 해마다 커져 2022년 245.5배에 이르렀다. 2023년 215.1배로 다소 줄었다가 2024년 244.9배로 다시 확대됐고, 이번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거 격차는 전체 자산 격차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거주 주택을 포함한 1분위의 평균 자산은 2천588만원으로 2.9% 감소한 반면, 5분위는 17억7천615만원으로 7.5% 증가했다. 이에 따라 두 분위 간 자산 배율은 68.6배를 기록하며 종전 최대치인 2022년의 64.0배를 넘어섰다.
이는 소득 격차가 좁혀지는 흐름과 대조를 이룬다. 소득 상위 20%의 경상소득은 하위 20%의 11.2배, 처분가능소득은 9.8배로 나타났다. 2017~2019년 경상소득 격차가 12~13배, 처분가능소득 격차가 11~12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최근 서울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점을 감안하면 상위 계층의 거주 주택 가격과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이번 통계에는 상위 계층이 보유한 투자·임대용 주택이 빠져 있어, 실제 부동산 자산 격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책의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부동산 양극화 해소에 관심을 기울여 왔으나 주택 가격이 결국 시장에서 결정되는 만큼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집값 안정에만 초점을 맞추면 오히려 주거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전월세 가구를 위한 임차 주택 확대와 청년·신혼부부 대상 아파트 공공분양 확대 등 주거 취약계층 대책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선화 국회미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산 불평등과 보유세 중장기 개편 과제’ 보고서에서 국내 가계 자산의 약 7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세대 간 자산 격차가 더 크게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유세를 중장기적으로 주택 수에 따른 차등을 줄이고 자산 가액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향으로 단계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주택 가격과 자산 격차 문제는 세제뿐 아니라 거시금융 환경, 가계 자산 배분, 주거복지, 주택 공급 정책 등을 연계해 종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