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원정수 증감’과 ‘선거구제 선호’ 여론의 상관관계는?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제22대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내년 총선부터 적용될 선거구제 개편논의가 점화된 가운데 관련 여론조사가 실시됐습니다.
한국갤럽 조사(21~23일)에 따르면, 현재의 300명 의원정수 증원에 관한 여론조사에서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57%로 다수를 차지했네요. ‘현재가 적당하다’는 응답도 30% 있었지만, ‘늘려도 된다’는 응답은 9%에 불과했습니다.

기존 국회의원 세비 총예산을 동결한 상태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은 어떠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의원 정수를 '늘려선 안 된다'는 응답이 71%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이어진 질문에선 '소선거구'와 '중대선거구'에 대한 선호도를 물었습니다. 응답 결과는 ‘작은 선거구에서 최다득표자 한 명을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 52%, ‘현행보다 큰 선거구에서 순위대로 두 명 이상을 뽑는 중대선거구제’ 32%였습니다.
다음은 이런 결과에 대한 한국갤럽의 해석입니다.
“지난 2014년 11월에는 중대선거구제(49%)가 소선거구제(32%)보다 더 많은 선택을 받아 선거제 개편에 대한 기대가 엿보였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의견이 더 많아졌다. 이는 2020년 총선에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위성정당 창당 등으로 파행한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현재의 야당을 겨냥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지만, 충분히 곱씹어 볼 만한 해석이라 생각합니다. 거대 양당 구도 완화의 필요성, 지난 총선 때의 파행 경험 등이 조사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첫째, 질문 순서 효과가 발생했다고 봅니다. 의원 정수 확대 주장, 세비 총예산 유지 상태에서의 확대 찬반 질문을 통해 반대 입장이 우세한 가운데 선거구제 개편을 물었습니다. 앞선 질문에서 표명했던 답변 추세가 일관되게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기 때문입니다. 질문내용과 상관없이 말입니다.
둘째, 조사자의 시각과 의도를 이해하고 부응하는 응답자는 거의 없습니다. 질문내용에 대해 조사자만큼 고민하고 응답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응답자들 중에는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된 많은 쟁점에 대해 알지 못하거나 들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겁니다. 2020년 총선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고 있는 응답자도 별로 없을 거고요.
조사자에겐 결례되는 얘기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아무 생각이 없고 별 관심도 없이 여론조사에 응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가 갑자기 물어보니까 할 수 없이 고민하는 척하며 대충 답한 사람이 더 많아 보입니다.
조사 의뢰자와 조사기관 입장에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중차대한 질문을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항변하고 싶겠지만, 어디까지나 조사자 입장일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 의견이 예전 여론조사에 비해 더 많아진 이유가 의외로 다음과 같이 응답자의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소선거구제는 “한 명을 뽑고” 중대선거구제는 “두 명 이상을 뽑는다”는 설명을 듣고, 중선거구제는 두 명 이상 뽑기 때문에 의원정수가 늘어난다고 생각해 소선거구제를 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함부로 단정해선 안 되겠지만, 단순한 생각에서 비롯된 응답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여하는 조사자나 분석가 입장에서는 '주관적 분석의 객관적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