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원전

이슈2026-11-06
26조 체코 원전 수주 흔들…한수원·시공사 ‘공사비 1조’ 정면충돌
  • 한수원 ‘총액확정’ vs 대우건설 ‘물량정산’ 대립에 15개월 협상 끝내 결렬
  • 10년 이상 장기 사업 특성 무시된 민간 위험 전가 구조…재입찰 난항 예고
한국수력원자력이 약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을 두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시공계약 협상을 최종 종료했다. 체코 발주처와 본계약을 맺은 이후 약 15개월 동안 총 78회의 실무회의와 11회의 이견조정위원회, 2회의 최고경영자 면담을 이어갔으나 끝내 견해차를 줄이지 못했다.
한수원과 시공사 컨소시엄이 공사비 산정 방식 갈등을 좁히지 못해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시공계약 협상이 15개월 만에 최종 결렬됐다. (사진=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이 약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 사업을 두고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시공계약 협상을 최종 종료했다. 체코 발주처와 본계약을 맺은 이후 약 15개월 동안 총 78회의 실무회의와 11회의 이견조정위원회, 2회의 최고경영자 면담을 이어갔으나 끝내 견해차를 줄이지 못했다.

협상 결렬의 핵심 배경으로는 공사비 산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이 꼽힌다. 원도급사인 한수원은 사업비 증액 위험을 피하기 위해 계약 당시 정한 금액으로 공사를 끝내는 ‘총액확정 방식’을 요구하며 10% 수준의 증액안을 제시했다. 반면 시공사 측은 설계 변경이나 공사 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을 일방적으로 떠안을 수 없다며 실제 시공 물량을 기준으로 정산하는 ‘물량정산 방식’을 주장하며 1조 원 이상의 추가 공사비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전문가 단체인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이번 사태를 개별 기업 간 파열음을 넘어 해외 대형 원전 수출 구조 전반에 내재한 위험 분담의 문제로 분석했다. 체코에 처음 건설되는 한국형 수출 원전 APR1000은 완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공사 진행 과정에서 예기치 않은 비용 발생과 설계 변형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국내에서 대형 원전 시공 역량을 검증받은 건설사가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점도 위험 요소다. 현행 계약 조건이나 위험 전가 방식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시공사를 재선정하더라도 동일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인 해외 시장 진출과 신뢰도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와 공기업이 민간 기업에 일방적인 부담을 주지 않도록 사업 초기부터 위험을 나누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상을 마치고 국가계약법에 따른 경쟁입찰 방식으로 시공사 재선정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다. 내년 4월 입찰공고를 낸 뒤 7월에 새로운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며, 협상이 결렬된 대우건설 컨소시엄 역시 재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김도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