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행 두 달 앞둔 코인 과세 또 멈추나…거래소 반색, 시민단체 “예측 가능성 훼손”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네 번째 수순에 들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가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과세를 늦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자 거래소 업계는 반색했고, 학계와 시민단체는 비판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25일 가상자산 과세 문제가 당정 협의에서 유예 방향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배경으로 “청년 자산 사다리에 대한 존중”을 꼽았다. 다만 청와대는 공식적으로는 검토 단계일 뿐 결정된 바는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는 이달 국정감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당정 협의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가상자산 과세는 2020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도입됐다.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금액에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식이다. 당초 2022년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세 차례 연기됐다.
유예론의 핵심 근거로는 국가 간 가상자산 거래 내역을 자동으로 주고받는 국제 제도가 꼽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만든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다. 이 제도가 작동해야 국내 투자자가 해외 거래소에서 올린 수익도 우리 세무당국이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거래 규모가 큰 미국은 2029년에야 이 체계에 참여한다. 그 전에 과세를 시작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만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논리다. 2026년 상반기 금융당국 실태조사에서 20대 이하와 30대가 전체 이용자의 44.1%를 차지한 점도 고려 요인으로 거론된다.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박민규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4명이 시행 시점을 사실상 2029년으로 늦추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과세 폐지안과 2~3년 유예안을 잇따라 내놨다.
업계는 이번 기류를 반기는 분위기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디지털엑스·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는 과세 자료를 자동으로 제출하는 체계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국세청과 연결된 전용망이 없는 데다 자료 제출 범위와 기준 시점도 명확하지 않아서다. 원화 입출금 내역, 지갑 주소, 하드포크·에어드롭·스테이킹 등 다양한 거래 자료를 표준화할 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국세청이 다음 달 과세 기준을 고시할 예정이지만, 업계는 내년 1월까지 인프라를 갖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호소해 왔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사실상 인프라에 손을 못 대고 있었다”며 유예 기간에 산정 기준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로의 자금 이탈이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업체 대표는 파생상품 거래가 막힌 국내 거래소에서는 이미 자금이 빠져나가던 상황이었다며, 유예로 한시적이나마 이탈 확대 우려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세청 고시가 나오면 세금 계산 방식이 명확해지고 과세 시스템 구축도 진행 중인 만큼 추가 유예는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미비한 부분은 시행하면서 보완하면 된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도 26일 성명을 내고 정치권이 여론과 선거를 의식해 시행을 거듭 미루는 것은 조세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센터는 과세 유예가 청년에게 도움이 된다는 근거도 없다고 꼬집었다.
여권이 유예로 의견을 모으면 관련 법 개정은 11월 국회 세법 심사 과정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현행법이 바뀌지 않는 한 과세는 예정대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