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

여론2023-01-31
국민 77%,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 찬성…정확한 여론?

지식교류플랫폼 ‘최종현학술원’이 30일 발표한 ‘북핵 위기와 안보 상황인식’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76.7%가 한국의 '독자적인 핵 개발'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여론 또한 77.6%에 이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국민들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불신이 큰 만큼 우리의 독자적 핵무장이나 핵개발로 대북 핵 억지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보수 성향의 정치권이나 언론  또한  '핵무장 여론 고조'에 대해 반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과거의 여론조사와 비교해 보며 그 때에 비해  '독자적 핵무장' 여론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이죠.        

이번 발표된 여론조사는 지난 해 11월 28일부터 12월 16일까지 최종현학술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의 만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1대1 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근 들어 면접원이 직접 가구방문을 통해 1대1로 개별면접을 하는 방식의 여론조사는 매우 드문 편이어서 이번 조사는 앞서 실시된 '북핵관련 인식 여론조사'와는 조사방식과 질문내용이 다른 게 특징이다.

가구방문 1대1일 면접조사는 한 때 가장 신뢰할 만한 자료수집 방식으로 통용되었지만, 지금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 조사가 쉽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야 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래서 최근의 여론조사들을 보면  주로 전화면접방식에 의존하여 자료를 수집하는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갤럽이 5년여 전인 지난 2017년 9월 실시했던 '북핵관련 인식' 여론조사도 전화면접 방식으로 이루어졌으며, 조사결과를 보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응답이 60%였다. 

'가구방문 1대1일 면접'과 '전화면접' 방식은 서로 상이한 자료수집 방식이어서,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사실상 '모드(Mode) 효과'가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최종현학술원의 의뢰로 실시한 조사와 2017년 실시했던 전화면접조사의 결과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두 조사는 질문도 달랐다.  최종현학술원 조사에선 “한반도 주변의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귀하는 한국의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응답 항목은 평소의 한국갤럽답지 않게 4점 척도를 사용했다.  ‘매우 그렇다’ 15.9%, ‘어느 정도 그렇다’ 60.7%를 합쳐서 76.6%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숫점 이하 첫째 자리까지 수치를 표기한 것도 한국갤럽 리포트와 다른 점이다. 

이에 비해 2017년 실시한 전화면접 조사의 질문은 “귀하는 우리도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응답 항목은 찬성과 반대 2개 뿐이었다. 찬성 60%, 반대 35%, 모름/응답거절 4%였다. 

최종현학술원 조사의 질문에서 ‘독자적 핵 개발'이 필요하다는 표현은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긍정적 뉘앙스'를 응답자들에게 심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에 비해 '우리도 핵무기 보유해야'라는 문구는 다소 '강경한 뉘앙스'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표현이다.  그래서 '독자적 핵개발'이라는 질문에 대해 찬성 답변을 하는 것이 보다 덜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고 본다. 

또한, 최종현학술원 조사에서 사용된 4점 척도의 약한 긍정, 즉 ‘어느 정도 그렇다’는 답변은 어중간하거나 애매한(보통이다 중간이다 반반이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거나 귀찮다는 응답자의 반응까지 흡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추후에 실증적인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이래서 여론조사는 늘 어렵다. 조사방식의 차이는 물론이고 질문내용에서 표현의 '뉘앙스'에 따른 응답자의 심리적 반응까지 세심하게 고려해야 보다 정확한 여론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신창운
이슈2022-11-20
한국갤럽의 자랑 ‘데일리오피니언’…10년 성과와 기대

한국갤럽조사연구소(이하 ‘한국갤럽’)는 여론조사기관 중 가장 오랜 역사와 명성을 자랑하고 있지만, 기업으로서의 매출액 순위는 예전만 못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때는 한국갤럽에 대해 조사업계 선두주자로서 치러야 할 패널티, 즉 과감한 투자 및 인재 개발, R&D 등을 주문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요구를 하기가 애매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한국갤럽이 오랜 기간 꾸준히 투자해 온 자랑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매주 금요일 발표하는 ‘데일리 오피니언’이라는 보고서입니다. 발간 주기를 엄밀히 따지자면 ‘위클리 오피니언’이 맞겠죠.  

2012년에 처음 선 보인 주간 리포트는 1호부터 49호까지 ‘데일리 정치지표’라는 이름으로 발간되었다가, 2013년 50호부터 지금의 제호로 바뀌어 520호(11월 3주)까지 10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조사에 대한 수요와 활용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를 보고 읽는 능력, 즉 데이터 리터러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기초 지식, 이론적 개념, 조사결과 분석과 해석, 보도 과정에서의 주의사항 및 오해 해소 등 누군가가 이를 맡아서 꾸준히 연구/교육하고 널리 전파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일은 여론조사 연구자와 학자들의 모임인 한국조사연구학회, 개별 조사업체들의 모임인 한국조사협회가 수행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러나 두 단체 모두 그런 역할에 관심이 없거나 활동도 미약합니다. 

한국갤럽이 ‘데일리 오피니언’을 통해 오랜 기간 그들의 역할을 대신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케이스탯리서치 한국리서치 등이 개별적으로 정기조사 리포트를 발간하고 있고,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 등과 함께  전국지표조사(NBS)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지만 최근의 일입니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의 특장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 오랜 기간 우리 사회 여론의 흐름을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수렴 전달해 왔습니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 정당 지지율 추이뿐 아니라 각종 시사 이슈 및 현안, 문화 스포츠 오락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객관적 자료를 만들어 공표했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널리 활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둘째, 여론조사 관련 기초 개념에서부터 조사 과정 및 결과 해석 시 주의사항에 이르기까지 반드시 알아야 할 점들을 사례와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95% 신뢰수준에서의 전체 및 하위 표본별 오차범위, 상대 표준오차 제시 등이 그렇습니다.  특히 50개 사례 미만의 하위 표본에 대한 조사결과 추정치를 제시하지 않고, 소수점 이하 첫째 자리에 대한 사사오입 수치 제시 등은 대수롭지 않은 일처럼 보이지만 대단히 높히 평가받을 만한 모범적인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이처럼 의미 있는 조사를 외부 스폰서 없이 자체 비용으로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주간 리포트를 막 시작했을 때로 기억합니다. 고 박무익 회장께서 외부에 리포트 구입 의향을 타진했던 적이 있습니다. 공익적 성격의 장기 프로젝트 투자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던 탓이겠죠.  하지만 스스로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조사 실행에 있어서 외부 간섭이나 편향 가능성을 배제한 채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여론을 수렴하고, 조사 방법 및 기법 개선에 몰입할 수 있었던 건 그런 부담을 기꺼이 감수했기에 가능했으리라 봅니다.    

'데일리 오피니언'은 현재 수준에서도 모범이 될 만큼 훌륭한 리포트지만, 개선해야 할 점이 없진 않습니다. 

첫째, 질문 내용과 형식 측면입니다. 내용적 측면에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담긴 질문 개발, 사회적 바람직성(Social Desirability) 질문에 대한 대안 제시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자칫 생뚱맞은 질문도 조심해야겠죠. 가령, 519호(11월 2주)에 포함된 ‘군중 압착 사고 우려 정도’, ‘군중 압착 사고 가능성 인식’ 질문은 마치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차지한 직후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선수’를 묻거나 연쇄 살인마 검거 직후 사형제 부활 여부를 묻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질문의 형식적 측면에선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그리고 응답자를 배려한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과 반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선 ‘비트바이비트: 디지털 시대의 사회조사방법론’(2020년)을 참고해도 좋습니다. 기존 질문지의 폐쇄적, 지루함, 삶으로부터 분리 대신 개방적이면서 흥미를 유발하고 응답자 삶에 밀착된 질문방식에 관한 연구와 고민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둘째, 조사결과에 대한 엄밀한 분석과 전문가적 해석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제목으로 나와 있는 수치에 대한 반복적 언급, 하위 표본 간 격차에 대한 무리한 의미 부여,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게 하는 과잉 해석 등은 표피적 분석에 그치고 있는 인터넷 매체나 마이너 조사기관의 몫으로 넘겨야겠죠. 조사 전문업체라면 결과 분석과 해석에 있어서 명확한 차별화 포인트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셋째, 리포트를 활용한 교육 홍보가 절실합니다. 요즘과 같은 시대에 ‘데일리 오피니언’과 같은 활자 매체를 굳이 찾아서 읽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리포트 담당자나 사내 연구원이 직접 출연 설명하는 시청각 교육 자료를 만들거나 유튜브 동영상 제작 등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각종 SNS를 활용한 교육 홍보도 괜찮을 겁니다. 개별 조사기관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무리한 요구겠죠. 하지만, 창립 50주년을 앞 두고 있는 전통과 권위의 한국갤럽이기에 기대 또한 큰가 봅니다.

신창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