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 ‘지역 비용’이 표심 갈랐다…美 중간선거발 규제 위험에 삼전·하이닉스 휘청
미국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과 전기요금 부담이 지역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AI 인프라를 둘러싼 정치적 위험이 국내 반도체 주가에까지 번지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데이터센터 건설 제한은 지역 선거의 핵심 쟁점이었다. 선거 정보 사이트 밸럿피디아에 따르면 이날 10개 주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주민투표 41건이 진행됐다. 이 중 28건은 가결 시 데이터센터 개발을 제한하는 안건이었다. 가장 많은 21건이 상정된 오하이오주에서는 비공식 집계 기준 최소 14개 지역이 대형 데이터센터 금지 또는 개발 제한안을 통과시켰다.
여론이 악화하자 업계도 대응에 나섰다. 오픈AI는 자사 데이터센터를 ‘AI 컴퓨트 캠퍼스’로 바꿔 부르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지난 1일 알려졌다. 오픈AI 측은 새 명칭이 AI 인프라의 규모와 역할을 더 정확히 담아낸다고 설명했다.
이튿날인 2일에는 전력망 부담을 덜기 위한 ‘그리드 프로텍터스 프로그램(Grid Protectors Program)’을 내놨다. 첫 적용 대상은 조지아주 에핑엄 카운티에 들어설 3.2GW 규모 캠퍼스다. 오픈AI는 전력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전력회사 조지아파워가 이 캠퍼스의 수요를 최대 1,000MW까지 줄일 수 있도록 약정했다. 외신들은 이를 약 70만 가구의 평균 전력 사용량에 해당한다고 환산했다. 다만 이는 이미 달성한 실적이 아닌, 향후 운영에 적용될 계약상 약속이다.
선거 결과는 곧바로 국내 증시에 반영됐다. AP 집계 기준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자 AI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가능성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5일 오전 10시 39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7.74% 내린 128만8,000원, 삼성전자는 5.96% 내린 20만5,000원에 거래됐다. 같은 시각 코스피는 4.17% 하락한 5,446.79를 나타냈다. 이에 앞서 오전 10시 16분에는 코스피200 선물 급락으로 유가증권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증권가는 인허가와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면 신규 데이터센터 투자가 지연되고, 서버용 메모리 수요 전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 반도체 업종의 약세와 외국인 매도 등 다른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규제 주체는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연방의회는 AI 산업 전반의 법률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만, 데이터센터 입지와 건축 허가, 전기요금 결정 등은 주정부와 지방정부, 규제기관의 권한이 크다. 실제 규제의 범위와 시점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의회 장악이 금리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이번 급락을 저가 매수 기회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이번 선거는 AI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기술 경쟁력과 투자 규모를 넘어 전기요금, 지역사회 부담, 기반시설 비용 분담의 문제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국내 반도체 투자자에게 중요한 변수는 의회 권력 교체 그 자체보다, 앞으로 구체화될 지역별 데이터센터 규제와 빅테크의 투자 계획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