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세스 2세

이슈2026-04-09
이집트 신전 탑문서 ‘람세스 2세’ 이름 발견… 한국 기술로 3천 년 비밀 풀었다
  • 국가유산청·전통문화대, 라메세움 발굴 중 파라오 상형문자 ‘카르투슈’ 최초 확인
  • 이집트 현지 첫 ‘가설덧집’ 공법 도입… 한국의 보존 역량으로 신전 복원 가속화
국가유산청과 소속기관인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이집트 룩소르 라메세움 신전 탑문(Pylon)의 복원 사업 과정에서 람세스 2세의 카르투슈를 발견하는 등 중요한
학술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밝혔다. (사진=국가유산청)

이집트 룩소르의 고대 유적지인 라메세움 신전에서 한국 조사단의 손길을 통해 람세스 2세의 이름이 새겨진 상형문자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국가유산청과 한국전통문화대학교는 2023년부터 추진해 온 이집트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의 일환으로 신전 탑문 북측면을 발굴하던 중, 파라오의 이름을 의미하는 타원형 윤곽인 ‘카르투슈’를 발견하는 학술적 쾌거를 거두었다. 이번 발견은 고대 이집트 신왕국 제19왕조의 상징적 인물인 람세스 2세의 장제신전 건립 과정과 구조물 사이의 축조 순서를 밝혀낼 결정적인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발굴은 유적 보호를 위한 가설덧집 설치 과정에서 지하 유구가 노출되며 긴급하게 결정된 조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2025년 6월부터 시작된 북측면 발굴 조사 결과, 근대 나일강 범람 방지 구조물부터 고대 신전 조성 시기까지를 아우르는 다층적인 시대 유적이 확인되었다. 특히 2025년 11월, 탑문 기초석에서 발견된 람세스 2세의 카르투슈는 과거 프랑스 조사단이 신전 안쪽 지성소에서 찾아낸 것과는 형태적으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신전 내 개별 건축물들이 어떠한 시간 순서로 세워졌는지 입증할 수 있는 핵심 지표로 평가받는다.

조사 과정에서는 람세스 2세의 치적과 영토 확장 범위를 보여주는 새로운 지명이 새겨진 석재 부재도 함께 수습되어 학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2026년 1월에는 거대한 석재를 운반하고 쌓아 올렸던 당시의 토층 상태까지 추가로 확인됨에 따라, 향후 신전 탑문을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정밀한 고고학적 기초 자료를 확보하게 되었다. 이집트 유물최고위원회 측은 이번 조사가 신전 건축사의 공백을 메우는 중요한 성과라고 언급하며 한국 측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다.

현재 현장에서는 이집트 문화유산 보존 역사상 최초로 ‘가설덧집’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유적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철저히 보호하면서 복원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선진 기술로, 한국의 우수한 보존 관리 역량이 이집트 현지에 성공적으로 이식된 사례로 꼽힌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탑문의 해체와 정밀 복원 공정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모하메드 이스마일 칼레드 전 사무총장 등 이집트 고위 관계자들은 한국의 사업 수행 방식이 국제적인 보존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며 깊은 신뢰를 보냈다.

국가유산청과 전통문화대는 단순한 발굴과 복원을 넘어 현지 전문가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조사 기간 중 이집트 실무진을 대상으로 3차원(3D) 스캐닝과 정밀 실측 교육을 병행하여 현지 기술 자립도를 높였으며, 룩소르박물관의 소장품 디지털화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양국은 2027년까지 이어지는 이번 협력 사업을 통해 룩소르 세계유산의 지속 가능한 보존 기반을 강화하고, 한국 유산 보존 기술의 글로벌 위상을 공고히 다져나갈 방침이다.

정도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