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예측

이슈2023-02-07
정치분석가 네이트 실버 “선거예측 이래서 어렵다”

선거 예측 여론조사와 관련해 미국의 통계학자이자 정치분석가인 네이트 실버(Nate Silver)를 소개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지난 2022년 11월 12일자 제 페이스북에 쓴 ‘미국 공화당 승리 가능성과 주말 강수 확률’을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실버를 좋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의 예측 실패를 솔직히 밝힐 뿐 아니라 그 원인을 비판적으로 분석 보완한다는 점 때문입니다.

그가 이끌고 있는 블로그 사이트 (23년 2월 2일자)에 보면 지난 해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예측 실패에 대한 실버의 ‘원인 분석’ 기사가 실려 있습니다. ‘우리가 2022년 중간선거 예측을 수행했던 방식(How Our 2022 Midterm Forecasts Performed)’이란 제목으로요.

기사 내용을 전부 소개하는 건 지루한 일이어서 실버의 조언만 간략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538.com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국의 여론조사 전문가나 여론조사기관, 그리고 정치 분야 평론가들이 잘못 판단하거나 틀리기 쉬운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첫째, 여론조사 편향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투표 결과 간 편향은 미국에서도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때론 공화당 쪽으로, 어떤 때엔 민주당 쪽으로 말입니다. 한국 역시 어떤 경우엔 여당, 또 다른 경우엔 야당 편향이 나타나 예측 실패로 귀결되곤 합니다. 사전에 여론조사 편향 방향을 예측하는 게 쉽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둘째, 선거결과를 예측하는 데는 이전 선거 경험이 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추세외삽법’, 즉 과거 주요 요인 및 추세들이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란 가정이 유효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이전에 일어난 일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쉽게 가정하는 건 위험하다는 얘깁니다. 특히 선거 예측에서 실버는 자신처럼 실수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

셋째, 유력 여론조사기관의 판단 역시 쉽게 믿어선 안된다고 합니다. 저마다 자신들의 과거 예측 성적을 자랑하고 있지만, 예측 실패 사례와 함께 평가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2020년에 가장 정확했던 조사기관이 2022년에 가장 부정확했습니다.  과거의 예측 사례를 보면, 미국 갤럽과 해리스 등 수많은 조사기관들 역시 그랬습니다. 누가 예측을 잘하는지 분별하기 위해선 더 많은 선거 기회와 예측 사례들을 축적해야 합니다.

신창운
이슈2023-01-18
여론조사,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의 세계

여론조사 관련 학계와 업계를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이 오랜 기간 주장해왔던 법안이 이번엔 빛을 보게 될지 기대해 봅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 기간 폐지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17일 국회에 제출했다고 합니다. 

그 동안은 선거일 7일 이전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만 공표 보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선거 막판 판세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정치인 등 일부 사람들만 공유할 수 있는, 즉 출처가 불분명한 지지율 수치가 떠돌아다니면서 소위 ‘깜깜이’ 선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아래에선 투표일의 선거 결과를 전망하는 언론사(특히 신문사)나 여론조사기관이 예측 실패로 인한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습니다.  선거일 7일 이전까지의 여론조사를 토대로 선거판세를 예상하는 보도를 하면 그만입니다.  설령 보도 내용과 실제 선거결과가 크게 달라 예측에 실패하더라도 확실한 '변명거리' 하나가 있었던 셈입니다. 선거막판 변수가 반영되지 않은 일주일 전 여론조사 결과로 어떻게 선거결과를 예측하느냐고 얘기 할 수 있죠. 

하지만 이번에 제출된 선관위의 선거 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 기간 폐지'를 위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예측실패에 대해 변명할 수 있는 ‘안전판’이 사라집니다. 투표일 하루 전까지 실시된 사전 여론조사를 통한 선거 예측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죠.

언론사와 여론조사기관이 끼리끼리 연합하여 선거결과 예측을 위한 대결이 펼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선거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한 엄밀한 평가가 가능해지고, 조사의 정확성 제고 방안도 마련될 수 있을 겁니다. 

2022년 3월 9일 실시한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언론사, 조사기관의 예측
2022년 3월 9일 실시한 대통령선거 결과에 대한 언론사, 조사기관의 예측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선거 여론조사의 문제점과 한계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조사결과 공표·보도 금지 기간 폐지라는 변명거리가 없어지면서 조사기관 혹은 조사방법 측면에서 ‘체계적 문제(Systematic Issue)’가 도드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예측 실패 사태가 벌어질 경우 그 원인을 규명하는데 한층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2019년 호주 총선 실패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응답자 접촉 및 협조 문제로 인해 대표성 있는 표본 선정이 어렵다는 ‘알려진 미지(Known unknowns)’ 외에 전문가들조차 그저 추정만 할 뿐인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유권자의 판단 선택에 있어서도 혼란은 불가피할 것입니다. 여론조사 본래의 한계 때문입니다. 대표성 있는 표본을 뽑고 엄격한 조사절차를 밟았다고 하더라도 조사결과는 오차범위 내의 추정치 구간을 보여줄 뿐입니다. 하나의 명확한 수치가 아니라 대략적인 지지율 범위를 판단자료로 사용해야 합니다. 

부동층, 즉 ‘모름.무응답’의 존재도 고려해야 합니다. 투표일 하루 전에 조사를 실시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건 일정 비율의 부동층이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성향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막판 판세를 감안한 최종 선거 예측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선거 막판까지의 여론조사 결과를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들이 유권자의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밴드웨건(Bandwagon) 혹은 언더독(Underdog), 그리고 이 둘의 상호작용을 통한 상쇄에 이르기까지 국가에 따라 또 선거에 따라 상이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론조사가 과학적이라고 하지만 선거에서 박빙의 승부를 예측하는 데는 수많은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습니다. 여론조사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질수록 ‘알려지지 않은 미지(Unknown unknowns)’의 세계로 빠져드는 듯합니다.

신창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