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모르면 말하지 마세요

이슈2023-06-24
여론조사에 대한 ‘낙관적 회의론’…두 권의 신간 추천    

이른바 3대 공직선거로 불리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국회의원 선거가 끝날 때마다 여론조사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립니다. 대통령 선거 이후엔 출구조사를 포함한 여론조사가 환상적이었다고 평가받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국회의원 선거를 마치고 나면 예측 실패로 인한 여론조사에 대한 불신과 회의론이 되풀이 되는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

요즘 우리사회를 돌아보면 여론조사에 대한 전반적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입니다. 심지어 ‘여론조사=여론조작’이라고 몰아 붙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국회 정개특위가 실시한 공론조사가 '편향적'이란 주장까지 나왔더군요. 

자기 입맛에 맞으면 '제대로된 여론조사'이고,  입맛에 맞지 않으면 '엉터리 여론조사'라는 식의 여론조사에 대한  주관적 평가가 난무하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때마침 한국 여론조사의 현 상황을 걱정하면서 바람직한 미래를 모색하고 있는 두 권의 책이 거의 동시에 발간되어 참으로 반갑습니다.    

 ‘한국의 여론조사, 실태와 한계 그리고 미래’ (이갑윤 이지호 이현우, 푸른길, 2023)

서강대 이갑윤 명예교수, 이지호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 이현우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펴낸 ‘한국의 여론조사, 실태와 한계 그리고 미래’(이하에선 ‘한국의 여론조사’로 표기)는 7개 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1~2장은 서론에 해당하더군요. 1장(여론조사의 시대)에선 여론의 합리성 논의에서 출발해 여론조사의 과도한 영향력과 부정확성 문제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2장(여론조사 어떻게 하나)은 어떤 과정을 거쳐 여론조사가 진행되는지, 그리고 각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3~5장은 본론입니다. 3장은 ‘설문 응답자들은 국민을 대표하는가’라는 제목으로 표본추출 혹은 표본의 대표성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설문의 설계는 타당한가’라는 4장과 ‘응답은 신뢰할 만한가’라는 5장은 질의 응답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종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6~7장은 결론을 대신하는 부분입니다. 6장은 설문조사의 새로운 추세, 특히 웹 조사의 대표적 사례를 소개하고 있고, 7장에선 낮은 협조율 및 응답률을 다루면서 설문의 표준화, 조사양식의 쇄신, 조사 주체의 공공성 강화 등에 대한 토론으로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모르면 말하지 마세요’ (김헌태, 미다스북스, 2023)

김헌태 박사는 한때 여론조사 전문가로 활약했지만, 여론을 만들거나 바꾸는 현장에 직접 뛰어든 경험이 있습니다. ‘분노한 대중의 사회’ 등 여러 권의 저서를 가지고 있지만, 여론조사를 본격적으로 다룬 책은 ‘여론조사, 모르면 말하지 마세요’(이하에선 ‘여론조사’로 표기)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조사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여론조사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한 책입니다. 필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일반인들이 ‘자주 묻는 질문(FAQ)’에 응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4부로 구성했더군요. 우리나라 여론조사 괜찮은가요, 여론조사 진짜 아세요, 여론조작 하려면 할 수 있지요, 전문가처럼 여론을 읽어보세요 등입니다. 구체적으로 한국의 여론조사와 조사기관에 대한 얘기나 단골 시빗거리, 여론조사에 대한 토론이나 비판을 위해 꼭 알고 있어야 할 것, 여론조사가 실제로 편향되고 왜곡되는 과정이나 방법, 여론을 제대로 읽는 법, 즉 여론조사 리터러시 등을 담고 있습니다.  

‘낙관적 회의론자’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전문가의 정치적 판단’, ‘슈퍼예측’ 등을 집필한 미래 예측 전문가 필립 테틀록(Philip E. Tetlock) 교수가 애용하기도 하는데, 특히 경제 금융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투자 시장이 너무 달아오를 때는 '비관적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하지만, 너무 얼어붙어 있을 때는 '낙관적 회의주의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앞서 언급한 두 권의 책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여론조사에 대해 회의적이면서도 동시에 낙관론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의 여론조사가 드러내는 여러 가지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여론조사의 유용성과 활용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한국의 여론조사’의 서문을 보면 ”여론조사의 유용성과 더불어 본질적 한계를 분명히 하고 여론조사 결과를 신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또한 저자가 소개 설명하는 지식이나 정보를 알고 나서 여론조사에 대한 시시비비를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두 권의 책은 최근 비슷한 내용으로 저술 작업을 하고 있는 필자에게는 남다른 감회를 느끼게 합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내용을 대부분 담고 있거나 더 나은 콘텐츠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집필을 포기하고 싶지만,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아쉬울 뿐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다음 두 가지 점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면 어떨지 제안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과연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것인지 생각해 봅니다. 두 권 모두 정치에 관심 있는 일반인을 독자로 상정하고 있고, ‘한국의 여론조사’는 사회과학 전공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타깃으로 추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낙관적 회의론자들이 낙관할 만큼 일반인들이 두 권의 책을 읽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 회의적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자신의 견해나 주장을 피력하고 또 전문가와 토론 비판하기 위해 관련 전문서적을 읽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요. ‘모두 거짓말을 한다(Everybody Lies)’라는 빅데이터 관련 책을 보면, 사회과학 서적은 읽는 사람 자체가 많지 않고, 베스트셀러 소설과 달리 끝까지 완독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고 합니다.   

 둘째, 낙관적 회의론을 뒷받침할 최근 지식과 정보가 충분히 포함되지 못했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의 여론조사’ 6~7장에 관련 내용이 다소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 여론조사의 미래에 대해 낙관적 시각을 가지기 위해선 새로운 조사방법과 관련 토론이 추가될 필요가 있습니다.

과문한 탓일 수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학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사회조사방법론 교재는 1975년에 초판이 발간된 바비(Babbie, Earl R.)의 ‘사회조사방법론(The Practice of Social Research)’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 전통과 역사를 무시해선 안 되겠지만, 새로운 조사방법론에 대한 갈증과 갈망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가령, 2019년에 발간된 ‘비트 바이 비트: 디지털 시대의 사회조사방법론(Bit by Bit: Social Research in the Digital Age)’ 등을 적절히 보완해야 낙관적 시각이 당위성을 가질 수 있을 듯합니다.   

신창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