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마음 읽는 AI 비서, 스마트폰 밖으로”… 웨어러블 공간 컴퓨팅 경쟁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 XR(확장현실) 기기 핵심 부품 국산화 전략’ 수립 및 예산 편성
- 안경만 쓰면 현실에 가상 화면 구현… 메타버스 거품 걷어내고 실무·생활 밀착형 서비스 주력

손안의 스마트폰 시대가 저물고, 안경처럼 쓰는 기기가 일상을 지배하는 ‘공간 컴퓨팅’ 시대가 앞당겨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국내 IT 기업들이 글로벌 확장현실(XR)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초경량 렌즈와 저전력 디스플레이 등 핵심 부품 개발에 3,000억 원 규모의 R&D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애플과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공간 컴퓨팅 시장에서 한국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번 정책의 핵심은 메타버스라는 모호한 개념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에서 즉시 사용 가능한 ‘실감형 디바이스’를 만드는 데 있다. 안경을 쓰면 눈앞에 업무용 대화면이 나타나거나, 요리할 때 레시피가 공중에 투사되는 등 생활 밀착형 인터페이스 구현에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과기정통부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와 손잡고 햇빛 아래서도 선명한 ‘마이크로 OLED’ 대량 생산 체계 구축을 지원한다.
공간 컴퓨팅은 제조, 의료, 교육 등 전문 영역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의사가 안경을 쓰고 환자의 환부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MRI 데이터를 띄워 수술하거나, 공장 작업자가 복잡한 기계 수리 방법을 AR(증강현실) 가이드로 확인하며 작업하는 식이다. 정부는 이러한 산업용 XR 솔루션을 도입하는 중소기업에 도입 비용의 50%를 보조하는 바우처 사업도 추진한다.
기술 발전과 더불어 ‘콘텐츠’ 확보가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정부는 K-컬처와 결합한 XR 콘텐츠 제작 지원 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개발자들이 기기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앱을 개발할 수 있는 공통 플랫폼 환경을 구축한다. 이는 특정 하드웨어 기업의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소프트웨어 파워를 기르기 위함이다.
미래의 컴퓨터는 책상 위에 놓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보는 모든 공간이 될 것이다. 정부는 개인정보 유출 등 기기 상시 착용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보안 가이드라인도 선제적으로 마련 중이다. 공간을 지배하는 기술이 대한민국 IT 산업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점화되고 있다.